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저희가 특별히 해드릴 건 없고 그냥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서요." 아직은 어두운 겨울 새벽 3시. 교회 한 켠 마련된 공간에서 일어나 차 끓일 물을 준비하는 김옥미 씨(52·여). 벌써 한 달째 차(茶) 봉사를 해온 사람의 말투치곤 꽤나 소탈하다. 마치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취재하러 왔냐는 듯 수줍게 손사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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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준비하는 봉사단 모습(오른쪽 김옥미 씨) |
차가운 겨울 아침. 시린 손을 부비며 인력시장으로 나선 사람들은 춥고 부산하다. 이들이라고 왜 마저 남은 잠이 없겠는가. 오전 5시 50여분 인력시장 골목은 하루의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로 인기척이 인다. 사람들은 제마다 같은 사무소 일행들과 짧막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추위를 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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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단이 나눠준 차를 마시는 모습 |
김옥미 씨와 10여 명의 일행은 교회를 인연으로 만났다. 이들은 언젠가부터 교회 앞 인력시장 골목에 이른 아침 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이 쓰여 내내 어떻게 도울까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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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봉사를 진행한다. |
고심 끝에 떠올린 것이 따뜻한 율무차였다. "커피는 (인력)사무실에도 있어요. 따뜻하면서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게 뭐 없을까 하다가 율무차를 타게 된 거죠."라고 말하며 종이컵을 준비하는 박민정 씨(62·여). 봉사를 하는 고운 마음씀 때문일까 그녀는 60대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젊고 신선한 눈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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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따르는 모습(왼쪽 한석희 씨) |
말없이 옆에서 무거운 물통을 들고 장소를 이동하는 한석희 씨(50·원동). 이래저래 말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한 씨다. 십여 명의 봉사단이 세 팀으로 나뉘고 각 팀마다 무거운 측에 속하는 물통을 들 남자 단원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 팀에서는 그 역할을 한 씨가 맞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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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를 이동하며 봉사를 한다. |
"이거(차 봉사)는요, 오랜동안 하는 게 아니라요, 이분들 출근하시기 전까지 30분 간을 바짝 해야 해요. 이분들도 시간이 촉박하시니까요. 그래서 세 팀으로 나눠져 차 대접을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하는 김옥미 씨. "모두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처음에는 현장에서 아침을 주는 것을 모르고 백여 개의 컵라면을 준비했다가 지금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어요. 다가오는 성탄절에는 떡과 자그마한 선물, 카드를 나눠줄 거예요. 요즘은 '택시부'까지 있어서 운전기사분들에게도 차를 나눠주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김 씨의 미소가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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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마시는 모습 |
6시 20분. 그녀 팀의 봉사를 마친 김 씨가 다른 팀을 찾아 나선다. 아직 마치지 않았으면 남은 손을 도우려고 한단다. 그러나 다른 팀의 봉사도 갈무리가 되고 그들은 다시 교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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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를 마치고 오산동 소망교회 앞에서(왼쪽 세 번째 박병주 목사) |
"성도들의 도움이지요."라고 말하는 박병주 목사. "이 봉사를 하면서 새벽기도를 안 나오시던 성도분들이 다시 새벽기도를 나오기 시작하셨어요."라며 웃음을 웃는다. 처음 차 봉사를 생각해낸 주인공이다. "새벽 4시부터 물을 끓여야 이분들 시간에 맞출 수 있어요. 집사람(김옥미 씨)은 이 곳(교회 한 켠 마련된 공간)에서 자요. 한 달에 삼십 만원의 재료비가 들어가지만 앞으로도 계속 할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겨울은 춥다. 달빛 선명한 어둠 속에 하루의 첫 발길을 내딛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그 옆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서 있는 율무차 봉사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