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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 시어(詩語)로 빚은 차가운 열망 - 청보리 시인- 양길순 첫 시집 ‘꽃의 연대기’
  • 기사등록 2012-05-24 16: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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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양길순 시인은 지난 1995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뒤 17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써 온  ‘중견(?) 작가’다.

 

 그러나 그녀의 시집은 이번이 처녀작(處女作)이다.

 

▲ 자택 서재에서 자신의 시집을 소개하는 양길순(55) 시인. 그녀는 ‘청보리, 배꽃’ 등의 시어를 좋아한다.

 

  사인(sign)한 시집을 내밀며 발그레하던 그녀의 볼에서 첫 시집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서두르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는 말했다.

 

  서두르지 않고 생활 속에서 늘 시를 생각하고 열망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꽃의 연대기’를 받아 들었을 때  ‘청보리’처럼 신선하고 상큼한 기분이 들었나보다. 

 

  시집 첫 머리에서 그녀는  “한겨울 웨딩드레스를 입고 덜덜 떨고 있는 저에게 겉옷을 더 입혀주라며 언니를 채근하셨다는 팔순 아버지, 어쩌면 그 달콤한 사랑 덕택에 감성의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라며 시의 근원을 말했다.

 

  또 시집 마지막은 그녀의 딸이 초등학교 때 쓴 시  ‘행복’ ,  ‘소풍’을 소개해 가족에 대한 그녀의 가슴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열망이 강한 사람이다.

 

  그것은 그녀의 시에 그대로 녹아 들어 독자에게 다가온다.

 

  멈추지 않는 미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중심으로부터 솟구쳐 용트림하는

  간절했던 욕망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끈질김으로 파도와 맞서는 너에게

  지극히 관념적인 주문 또 보낸다

  ‘늦지 않았어, 언젠가는 꼭!’

 

    - ‘길에 대한 단상 -궁평항에서’ 中

 

 

양길순 시집  ‘꽃의 연대기’.

 

   더불어 그녀는  ‘모과차’처럼 온화하고  ‘배나무 꽃눈’처럼 사랑스러우며 ‘청보리밭으로 부는 바람’처럼 시원한 시를 보여준다.

 

 

  사랑은

  서로의 체온으로

  데운

  모과차

  한 잔 마실 때

  아슴아슴 풍기는

  내음(香)

 

   - ‘사랑은’ 전문.

 

 

  ‘꽃의 연대기’에 수록된 시들은 차갑도록 뜨겁다.

 

  그리고 날카롭다.

 

  그토록   ‘고통스럽고도 필연적 시 쓰기’에서 그녀는 사색의 극을 보이고 있었다.

 

  ‘목가적 시어로 빚은 차가운 열망’이랄까.

 

  시각적 효과를 위한 시어 배열도 돋보인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

  실금 같은 열꽃들이

  활

  활

 

    - ‘능소화’ 중에서.

 

 

  ‘꽃의 연대기’를 한 번 읽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두 번 읽으면 시인의 가슴 포근함이 보인다.

 

  세 번 읽으면  ‘첨예한 사색의 극’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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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5-24 16: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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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2 개)
  • 이자영2012-05-28 20:58:24

    따뜻함이 묻어나는 시 같습니다.
    읽고나면 마음 속 아련한 추억들이 생각날듯...

  • 김정수2012-05-24 21:42:56

    학창시절 시를 접한것 외에는 없는데 감성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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