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타인을 만지기 전에 내 몸을 먼저 만진다.’
여기서 ‘만진다’는 ‘안마하고 침을 놓아본다’이다.
남의 몸에 손을 대기 전에 내 몸 곳곳에 침을 놓아보고 주물러 안마를 해본다.
그렇게 침을 놓는 깊이와 감이 익을 때쯤 비로소 타인의 몸을 주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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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술 모습.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시술을 하고 있다. |
보이지 않는 만큼 더 치열하고 세심하게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전에 나선 사람들이 모인 곳, 시각장애인 안마 시술소 엔돌핀경락 시술센터(이하 센터)를 소개한다.
엔돌핀경락 시술센터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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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돌핀경락 시술센터. 오산시 오산로 347번지 보화빌딩 2층(031-372-9934)에 위치하고 있다. |
시각장애인 안마 바우처로 취약계층(장애인, 노인 등)에게 건전한 안마시술을 펴는 곳이다.
주로 재활이나 치료, 어르신의 건강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안마 시술소는 24시간 근무하며 2주에 한 번 귀가하는 등 시각장애인의 노동량이 극심하다.
이러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 생겨난 곳이 엔돌핀경락 시술센터이다.
이곳에서 안마사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은 정성영 대표를 비롯한 6명이다.
이들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10시~6시) 근무한다.
출·퇴근은 오산시장애인심부름센터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다.
안마 시술은 보통 1시간으로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 바우처 대상자(지체·뇌병변 장애인, 건강보험료 기준 61세 이상 노인 등 취약계층)는 2천500원, 일반인은 3만원이다.
바우처 대상이 되면 한 달에 4번 6개월 동안(총 24회) 시술을 받게 된다.
시술센터장이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 오산시지회 회장인 정성영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녹내장으로 시각장애를 얻었다.
그 후 잠시의 방황을 접고 안마사가 됐다.
그는 안마사 입문 17년차이다.
이제는 손만 스쳐도 ‘이 사람이 나와 기운이 맞아 시술이 가능하겠구나, 어렵겠구나’를 판가름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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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영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 오산시지회장. |
안마사 자격은 시각장애인으로 고등학교에 준하는 시각장애특수학교(맹학교)에서 안마사의 물리적 시술 교육과정을 마친 자, 중학교 과정 이상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 안마수련과정을 마친 자에 한해 발급된다.
교육 과목은 해부생리, 병리, 이료임상, 한방, 전기치료, 안마·마사지·지압 등이다.
정 회장은 안마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처음 3개월은 남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다.
자신의 몸에 침을 놓고 손이 닿는 자신의 몸을 안마해야 한다.
함께 교육 받는 동기생이라도 불가하다.
인체 체표의 명칭도 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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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구혈위괘도. 이것들을 암기한 후에야 안마사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
우리가 ‘손목’이라고 부르는 곳을 책에는 ‘수관절’, ‘손톱’은 ‘조갑’ 등 책 속의 명칭은 모두 다르다.
여기에 근육의 형태와 위치, 오장육부의 기능과 위치, 혈의 흐름 등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1학년 과정에서는 안마, 지압, 마사지 과목 외에 해부 생리학을 배운다고 한다.
그러다 2학년이 되면 침술을 배운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실전에 투입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객의 근육이 약한지, 뼈가 약한지 등 몸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1천 명의 ‘몸’을 지난 후에야 가능한 일이라고 하니 안마사의 ‘쉽지 않은’ 경지를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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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영 회장의 자격증. |
경락이라고 하는, 정 회장이 설명하기를 ‘오장육부의 기운이 흘러가는 길’도 파악해야 한다.
장기에 따라 ‘손~머리’, 혹은 ‘발~머리’로 혈이 흐른다고 한다.
일테면 위나 간 등은 두 번째 발가락부터 머리로 흐르고, 대장·소장·심장·폐장은 손에서 머리, 다음 얼굴로 혈이 흐른다.
머리가 아픈 부위에 따라 어느 장이 안 좋은지도 알 수 있는데 보통 옆머리가 아픈 편두통은 쓸개, 윗머리가 흔들리는 현상은 심장 쪽이 안 좋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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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희 안마사(우측)가 상담을 하고 있다. 김 안마사는 빼어난 미인으로 오산장애인가요제 동상을 받을 만큼 노래 솜씨가 좋고 음색도 곱다. |
또 신경의 굵기에 따라 아픈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굵은 신경이 흘러가는 곳과 가는 신경이 흘러가는 곳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종아리 같은 곳은 굵은 신경이 흘러 조금만 세게 주물러도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니 ‘무조건 아파야 효과가 있다’는 맹신은 금물이다.
센터는 오산시 내 100여 개의 경로당을 다니며 봉사를 하기도 한다.
노인들 대상이기에 30분 정도 가볍게 풀어준다.
한꺼번에 ‘너무 넘치게’ 기를 흐르게 해도 사람은 지친다고 정 회장은 말한다.
정 회장에게 인상 깊은 시술 경험을 묻자 서울에서의 일을 말해줬다.
정 회장의 서울 시술소 시절 당시 S컴퓨터 회사 회장집으로 출장 안마를 다녔다.
원래 고객은 회장의 부인이었는데 그 와중에 회장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 후 정 회장은 월급제로 회장을 안마했고 회장은 2년 만에 일어나 혼자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현대판 허준’이라 할 만하다.
정 회장의 최종 꿈은 시각장애인 복지타운 건설이다.
이를 위해 ‘내 몸이 피곤한 만큼 장애인들은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에 매진한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덧붙여 정 회장은 장애인연합회 오산시지회 자랑을 잊지 않았는데, 그 중 경기도 장애인대회에서 9개의 금메달을 획득 한 것, 볼링 종합 2위, 조정 선수가 있다는 것, 달리기, 사이클, 투포환, 장기(將棋) 등의 항목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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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창장과 메달들. |
여기에 도내 31개 시군 중 10회나 모범지회로 선정된 것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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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패. 한국시각장애인 오산시지회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
인터뷰 말미에 정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안 보이는 것 뿐이에요.”
더 많은걸 보고 계실 듯. 싶네요. 전 여태 몰 보고 살았는지
신중을 기해야 하며,시민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