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부지불식간으로 무척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수십만 종에 달하는 직업 관련 시험들로 홍수를 이루고, 더불어 시시각각 업데이트(update)되며 매일같이 넘쳐 흐르는 정보바다를 항해한다.
▲ 오산시 원동 813-8. ☎ 378-8780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오후 3시부터 문연다.
어디 이 뿐인가?
예전 공상과학영화(SF)에서나 보았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이미 자기부상열차가 등장하면서 반쯤 실현된 셈이고, 이젠 원하는 대로 화면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곡면스마트폰과 투명건물까지 등장을 앞두고 있다니 세상 참 빠르게 돌아간다.
▲ 이 곳은 옛 분위기를 내는 정겨운 소품들이 그득하다.
이런 숨 쉴 틈 없이 바쁜 세상속에서 조금이라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기란 쉽지 않다.
경쟁사회에서 도태될까 두려운 것이리라.
▲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때문에 말이 통하는 친구와 편안한 공간에서 담소를 나누는 여유는 뭣보다 큰 행복감을 안겨준다.
덤으로 내 아련한 추억속에 각인된 애창곡이 흐른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곳은 어떨까.
오산시 원동 운암지구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소개한다.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실내 입구 모습.
자원봉사센터 건물 옆에 위치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는 주점(酒店)이다.
여기에 푸짐하고 맛깔스런 안주,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분위기, 실사를 옮겨 놓은 듯한 소품과 인테리어는 절로 아련한 추억을 더듬게 한다.
영화감독 출신이 꾸민 인테리어가 한 몫 했으리라.
▲ 벽면 가득 채운 추억의 소품들.
박경석 대표는 준수한 외모에 예의바른 청년이다.
고향 충남에서 올라와 친동생과 10년째 이 곳을 지키고 있다.
고향에서 같은 상호의 가게에서 일을 도운적이 있었는데, 그게 창업의 밑바탕이 됐다.
▲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
박 대표는 소품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다녔다.
서울시 중구 황학동에서 전국고물상협회 경매까지 참여했다.
이 곳에 추억의 물건이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유일 것이다.
▲ 이러한 텔레비전을 보던 때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매우 반가운 장소이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
이 주점은 예전 소주 댓병에 맥주가 담겨 나온다.
1.8리터 용량이며 옅은 하늘빛의 유리병 한편은 정겨운 하얀두꺼비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 뻥튀기 기계.
익히 잘 아는 생맥주 용기가 아니라 큰 소주병이기에 손님들은 자의반, 타의 반으로 술을 따를 때 ‘겸손해 진다’고 한다.
두 손으로 조심스레 따라야 하니 말이다.
다시 소주병 이야기로 돌아와서, 처음 박 대표는 그 병을 어디서 구해야 할 지 몰랐다.
▲ 우측 한편으로 버스 정거장 팻말이 보인다.
어렵게 찾은 판매처에서 병당 10만원을 주고 샀다.
그러다 7만원 하는 곳을 알았고 나중에 찾은 곳에서 병당 5천원에 구매했다.
초반에 장만한 같은 물건이지만 고가의 병들은?
▲ 당장이라도 장발의 디제이(disk jockey)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사온 곳에 되팔았다.
편안한 분위기와 좋은 사람, 맛있는 안주와 달큰한 술에 음악이 빠질 리 없다.
▲ 모조가 아닌 실제 졸업 앨범이라고 한다.
주점 한 벽면은 LP판(long-playing record 분당 33회 회전하면서 연주되는데 약 25분이 걸리던 옛날 전축판)이 빼곡히 수놓고 있다.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30대가 주된 단골이라고 하는데, 그 연령대부터 쉽게 이해하고 반길 만한 곡들이 주로 구비됐다고 한다.
▲ 구형 카세트 플레이어 뒤로 은은하고 아름다운 조명의 가게 안이 보인다.
손님들 취향에 맞춰 음악이 선사되고, 안주는 입맛에 맞춰 내온다.
기본안주 양이 푸짐하고 조미료 사용을 억제한 수제양념을 사용한단다.
▲ 각종 영화 포스터들.
노래 신청도 가능하다니 원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들을 수 있다.
달팽이관을 지나 심장으로 젖어드는 노랫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낭만에 빠져보자.
▲ 재봉틀.
다도(茶道)에서 차를 대하는 법은 먼저 눈으로 마시고 다음에 향(香)으로, 마지막은 입으로 음미한다고 하는데 그 이치는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찾으면 알 수 있다.
주점은 먼저 바깥 간판에서 세월과 낭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 실내로 드는 입구에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주점에 들어서는 순간은 카타르시스!
그 다음 순서는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소품과 인테리어를 맘껏 향유하면 된다.
▲ 아코디언.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멋지고 예스런 소품들이 개업 초반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나, 일부 극성스런 손님들의 ‘실수와 슬쩍’으로 지금은 절반 밖에 움직이지 않는다.
부디 이 주점을 찾을 땐 조심스런 몸가짐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센스가 발휘돼야 한다.
▲ 저울.
손님들은 대다수가 단골로 먹거리를 사들고 와 박경석 대표 형제에게 건네기도 하고, 장사가 잘 돼 손님이 많으면 단골손님들이 직접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기도 한단다.
▲ 메뉴판이다.
박경석 대표는 “방문해 주시는 손님마다 취향에 맞춰 대접하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며 “10년을 이어 온 전통과 정성으로 사심없이 손님들을 마중하겠다”고 말했다.
▲ 건물 외부에서 바라본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65평 100석 규모의 널찍한 공간에 주점 여기저기 배치된 추억의 소품을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가을 꽃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이 좋은 계절에 폐혈관 가득 추억의 상큼한 공기를 채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자.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가 반길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주는 곳,자신있게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