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인터넷뉴스】김지헌 기자
애너벨 리
에드가 앨런 포
아주 아주 오래 전
바닷가 한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애너벨 리라면, 당신도 알지 몰라요.
이 소녀는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밖엔
딴 생각은 아무 것도 없이 살았어요.
나도 어렸고 그 애도 어렸죠.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하지만 우린 보통 사랑 이상으로
사랑했어요. 나와 애너벨 리는.
하늘의 날개달린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샘할 만한 사랑으로.
그 때문에 오래 전,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한 차례 바람이 구름으로부터 불어와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곤 그녀의 지체 높은 친척들이 와서
그녀를 내곁에서 데려가
바닷가 이 왕국
무덤에 가둬 버렸죠.
천국에서 우리 반만큼도 행복하지 못한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기한 것이었어요.
그래요! -- 그 때문이었죠 (바닷가 이 왕국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밤에 구름속에서 한 차례 바람이 일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죽여 버린 건.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더 강했답니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
우리보다 현명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요.
그래서 하늘의 천사들도
바다 밑의 악마들도
내 영혼과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을
떼어놓지 못해요.
달빛이 빛날 때마다 난 언제나 꿈을 꾸거든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별들이 뜰 때마다 나는 느껴요,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동자를.
그래서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의
곁에 눕는답니다. 그 곳 바닷가 무덤,
파도 철썩이는 바닷가 무덤 속에서.
* 에드가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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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는 1809년 1월 19일 보스턴에서 유랑극단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그의 나이 두 살 때 결핵으로 죽는다. 숙부에게 입양되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은 삶을 산다.
그런 그에게 정신적인 안식을 준 이가 있으니 바로 그의 아내, 버지니아였다. 그녀는 포와 13세 차이로 사촌동생이기도 했다. 마음의 평온도 잠시 그녀마저 결핵과 싸우다 세상을 떠나고 만다.
포는 버지니아가 떠난 후 2년 뒤에 사망한다. 그간 우울증과 몇 번의 자살시도 등 극도로 불운한 시간을 보냈다. 그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신이시여 내 불쌍한 영혼을 돌보소서.”
위의 시 ‘애너벨 리’는 자신의 아내였던 버지니아를 기리는 시로써 실제로 포가 그녀의 무덤을 자주 서성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시를 쓰고 고민하는 작가들을 보면 유독 요절하는 경우가 많다. 에드가 앨런 포 역시, 채 40살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
극도의 불안함과 극도의 불우함, 우울함이 포의 작품들을 나오게 했던 것이다. 어느 평론가가 이런 말을 했다. “예술인들이 고통 받을수록 대중은 즐겁다.” 참 아니러니 하면서도 왠지 수긍이 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