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인터넷뉴스】김지헌 기자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시인 김소월
▲ 김소월 시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아는 시인 김소월. 이 시인 또한 33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위의 시 ‘초혼(招魂)’은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세 번 부름으로써 그 사람을 소생하게 하려는 전통적인 의식에서 착상한 것이다. 간절한 소망을 통하여 사별의 한을 노래한 작품이다.
‘초혼’에 대해서는 더는 설명하지 않겠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을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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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벌써 세월호 1주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생떼 같은 자식들을 차가운 바다 속에 잃어버린,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다.
하늘마저도 슬픔으로 가득하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 어린 꽃들을, 목놓아 부르는 유가족께 이 시를 보낸다.